요약. 골격근은 놀라운 가소성(plasticity)을 가진다 비활동인의 낮은 지구력·근력부터, 엘리트 선수의 경이로운 수행까지가 모두 하나의 연속선 위에 있다. — Physiological Reviews (APS) 2023. 원문
“성실한데 안 변하는 사람” 이야기 2023년 최고 권위의 생리학 리뷰

요즘 러닝 크루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헬스장도 새 회원으로 북적인다. 같은 코스를 뛰고, 같은 프로그램으로 운동한다.

선수들의 요구도 같다. 빨라지고 싶어요. 스피드를 늘려주세요.
그런데 3개월 뒤 결과가 갈린다. 누구는 몰라보게 좋아지고, 누구는 거의 그대로다.
똑같이 성실했는데.
현장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다 보면 이 장면을 매주 본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자책한다.
“프로그램을 잘못 짰나.”
아니면 회원을 의심한다.
“진짜 열심히 한 거 맞아?”
2023년, 생리학 분야 최고 권위지 Physiological Reviews에 실린 리뷰 한 편이 이 운동 효과 개인차의 정체를 정면으로 다뤘다.
결론부터 말하면, 문제는 당신의 성실함도, 프로그램의 완성도도 아닐 수 있다.
근육이 자극을 해석하는 방식 자체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논문 요약

“골격근은 놀라운 가소성(plasticity)을 가진다 비활동인의 낮은 지구력·근력부터, 엘리트 선수의 경이로운 수행까지가 모두 하나의 연속선 위에 있다.”
Furrer et al., Physiological Reviews 2023
여기서 핵심 단어는 가소성이다. 근육은 고정된 부품이 아니라, 받은 자극에 따라 모양과 기능을 바꾸는 조직이다.
비활동인과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다른 종이 아니다.
같은 근육이, 다른 자극을, 다른 기간 받았을 뿐이다.
저자들은 솔직하게 인정한다.
“세포·분자 메커니즘이 이 연속선을 어떻게 조율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아직 불완전하다.”
즉, 우리는 근육이 변한다는 건 알지만,
왜 같은 자극에 어떤 근육은 크게 변하고 어떤 근육은 덜 변하는지는 다 풀지 못했다.
운동 효과 개인차가 과학의 미해결 영역이라는 고백이다.

논문이 찾아낸 4가지 사실
① 엘리트 훈련법은 지금도 ’시행착오(trial-and-error)’다.
이게 가장 충격적인 문장이다.
저자들은 말한다. 최정상급 선수의 훈련은 대부분 성공한 코치와 선수의 경험에 기반하고, 과학은 그걸 사후에(post hoc) 설명할 뿐이라고.
과학이 코칭을 이끄는 게 아니라, 코칭을 뒤따라가며 해석하고 있다는 뜻이다.
② 지구력 훈련과 저항성 훈련은 ’다른 신호’를 켠다.
달리기로 생기는 변화와 웨이트로 생기는 변화는 단지 정도의 차이가 아니다.
근육 안에서 켜지는 분자 스위치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둘을 한 몸에서 동시에 극대화하려면 충돌(간섭)이 생긴다.
“유산소도 근비대도 다 잡자”가 그렇게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③ 운동 능력과 반응에는 ’선천적 개인차’가 깔려 있다.
저자들은 훈련으로 만든 변화를 유전적·개인 간 차이라는 배경 위에 올려놓는다.
같은 프로그램을 줘도 어떤 사람은 크게 반응하고(responder), 어떤 사람은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low-responder).
운동 효과 개인차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출발선이 다른 문제일 수 있다.
④ 나이는 적응의 규칙을 바꾼다.
이 리뷰는 나이 든 선수(aging athletes)를 따로 떼어 다룬다.
젊을 때 통했던 자극이 그 대로 통하지 않는다.
같은 운동, 같은 강도라도 나이에 따라 근육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진다.

논문이 정리한 5가지 현장 체크리스트

운동 효과 개인차를 인정하면, 접근이 두 갈래로 갈린다.
프로그램 설계 쪽 (자극을 명확히)
목표 1순위 정하기 “지구력 vs 근력” 중 이번 블록에서 무엇을 우선할지 먼저 못 박는다.
자극 분리 배치 같은 날 유산소와 고강도 근력을 붙이지 않는다.
간섭을 줄이려면 시간·요일을 벌린다.
점진성 확보 같은 무게, 같은 거리만 반복하면 적응은 멈춘다. 2~4주 단위로 부하를 올린다.
반응을 추적한다.
시작 시점의 기준값을 기록한다 (근력·지구력·둘레).
4주 뒤 그 사람의 변화량을 본다. 옆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반응이 느린 회원에겐 “더 세게”가 아니라 “다른 자극”을 먼저 시도한다.
나이·회복 상태를 변수로 넣어 강도를 조정한다.
저자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정답 프로그램 하나를 모두에게 복사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
“근육은 모두 변한다 다만 같은 자극에, 같은 속도로 변하지 않을 뿐이다.”
리햅포먼스의 논문 비평
이번 분자생물학 리뷰 논문을 보며, 문득 내가 이 일을 처음 시작했던 약 15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한 선수가 저에게 “어떻게 하면 달리기가 빨라질까요?”라고 물었다.
그때의 나는 아주 단순한 논리로 “스쿼트 무게를 많이 치면 빨라진다”고 답했다.
근력이 강해지면 스피드도 자연스레 빨라질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다를까?
이제의 나는 스프린트(Sprint)가 빨라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론적으로 알고 있다.
속근 섬유(Fast-twitch muscle)의 비율이 높다는 것,
지면 반발력을 활용하는 적절한 근력과 순발력의 조화,
관절의 가동성과 뻣뻣함(Stiffness)의 제어,
그리고 근신경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 등
수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장담컨대,
대한민국에서 이 내용을 즉각적으로 대답하고 현장에 완벽히 적용할 수 있는 트레이너는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며,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지금도 치열하게 고민하는 중이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과학의 한계는 존재한다.
이번에 살펴본 논문은 훌륭한 리뷰이지만, 저자들조차 메커니즘이 “아직 불완전하게 이해된다”고 인정한다.
더군다나 현장에서 회원의 유전자나 세포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도 없다.
논문에서도 언급하듯, 현장의 스킬을 과학적으로 명확히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정한 사실이 논문이나 과학적 근거로 명확히 밝혀지기까지는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언제나 스포츠와 재활의 현장은 과학보다 한발 앞서 있다.
현장에 먼저 적용해 보고, 훗날 과학이 그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행동 데이터, 경험, 지식적인 소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우리가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것은 거창한 분자 데이터가 아니라 눈앞의 '행동 데이터'다.
선수의 몸이 특정한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꾸준히 기록하는 것.
화려한 검사 장비에 의존하기보다, 4주마다 같은 측정을 묵묵히 반복하는 성실함이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다룬 논문
분자 수준의 선수: 메커니즘에서 메달까지, 운동생리학
| 항목 | 내용 |
|---|---|
| 저자 | Furrer R, Hawley JA, Handschin C |
| 저널 | Physiological Reviews (APS) |
| 연도 | 2023 |
| Impact Factor | 33.6 |
| 등급 | SCIE · Q1 |
| DOI | 10.1152/physrev.00017.2022 |
| 원문 | PubMed 36603158 |